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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춤은 마약이였다.

댄스학원 원장님에게도 아마도, 원래부터 춤을 좋아했나요? 하면, 네. 물론요. 이게 당연한 질의문답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예상한 답안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전혀 아니었어요. 성격이 지나치게 내성적이었죠. 고2때까지 나서는 걸 무서워했어요. 이 학년 때 이성에 눈 뜨면서 어떻게 해야 여자들한테 잘 보일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죠. 내가 뭘 잘 할 수 있나 생각해봤어요.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을 잘해서 웃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춤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한마디로 제사보다 젯밥에 눈이 어두웠던거죠. 춤을 잘 췄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재능을 살린다는 식으로 생각이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춤을 추고 싶다. 그리고 잘추고 싶다는 마음만 그의 몫이었을 뿐 신들린 재능 같은 건 애초에 그의 몫이 아니었다. 지금의 그를 생각하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태초의 김영우는 몸치였으므로, 같은 춤을 배워도 다른 사람들보다 유독 더뎠다. 몸이 부서져라 흔들어 봐도 좀처럼 늘지 않는 실력에 여느 사람이라면 지겨워 떨어져 나갈 만도 했겠지만 아무리 안 춰지는 춤이라도 추면 출수록 즐거웠다. 잘 추는 사람에게는 먼지처럼 사소한 작은 동작 하나라도, 김영우에게는 그것이 성공하면 그 성취감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단 하루라도 춤을 추지 않으면 머릿속이 온통 춤 생각으로 가득 차 버렸다. 중상위권이었던 성적이 가파른 직선으로 떨어졌다.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면서 본격적인 수험생 모드에 돌입하기로 결심했지만 아무래도 춤을 놓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당당하게 춤을 출수는 없으니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어머니가 주무시는 새벽 1~2시 뿐이었다. 살그머니 방 안의 전신거울 앞에서 몰래 한 시간씩 춤을 주었다. 어차피 건강을 위해서도 어느 정도 운동을 해야 되는 거니까, 하고 스스로를 합리화시켰지만 실은 그나마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리는게 아닐까 겁까지 났다. 그만큼 이미 춤은 그에게 마약이었다. 마약 전과를 가진 가수들이 처음 마약을 접하게 되는 계기는 대개 내성적인 성격 때문이라고 한다. 관중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마약으로 잠시나마 잊으려고 하는 것이다. 김영우에게는 마약과도 같은 춤이 있었다. 남 앞에 나서는 것에 극도의 두려움을 갖고 있던 그였지만 춤은 그런 그의 공포심을 완벽히 치유했다. 춤을 추는 순간만은 평소와 다르게 당당한 자신이 이상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원래 그런 기질이 있었던 건 아닐까, 하고 그는 생각한다. 마약이 후유증을 동반하듯 춤이라는 마약에 빠진 그는 이후, 적극적인 성격이라는 즐거운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