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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을 마시려면 접시까지

2001년 말, 그는 또 한 번 큰 전기를 꾀하게 된다. 천호동의 작은 상가에서 강남역 근처로 학원을 옮긴 것이다. 지금까지 그가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바로 그 자리다. 당시 이 자리의 임대료는 월 구백만 원. 천호동 상가의 딱 삼십 배였다. 독을 마셔야 한다면 접시까지 삼키겠다는 각오였다. 강남역 근처는 예나 지금이나 댄스학원의 메카, 큰물에서 놀아야겠다는 호기심과 댄스 아카데미들의 집약효과로 인한 혜택을 보겠다는 실리적인 판단이 동시에 작용했다. 그에게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잘 되리라는 희망이 넘쳤다. 인근의 직장인을 타깃으로 잡고 전력을 다해 일했다. 하지만 의욕만으로는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각오는 했지만 현실은 더욱 가혹한 것이었다. 죽도록 일해도 손해를 보거나 적자를 면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렇게 근근이 유지하면서 이 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 와중에 그는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 사람의 사업가로 단련되었다. 지금 그때 뽑았던 직원 중에 남은 사람은 딱 한 명 밖에 없어요. 접을까 하는 생각도 수 차례 했죠. 가장 힘들었던 때요? 직원들, 우리 직원들 월급 못 줄 때. 그때가 제일 체면 상하고 힘들었죠. 댄스학원이라 봤자 이 바닥이 빤하거든요. 그렇게 좁은 바닥에서 안 좋은 소문 돌고 하니까 정말 부담되고 괴로웠죠. 나 혼자라면 어떻게든 버티겠는데 직원들에게 피해를 주니까 미치겠더라구요. 그 사이 꾸준히 수강생이 늘었고 강사도 더 채용하면서 매출액이 크게 늘어나는 등 외적으로는 많은 성장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돈이 모이지 않았다. 그땐 재무관리를 제가 했어요. 회사 돈이 내 돈이고 내 돈이 회사 돈이고 그랬죠. 제대로 된 조직이 아니였던거죠. 2003년, 경영학 전공자였던 누나를 영입해서 정상화를 꾀했다. 관리팀과 웹팀, 강사팀으로 부서를 삼분화했고 누나에게 재무관리를 일임했다. 대차대조표를 작성하며 손익을 분석했다. 법인에 등록하며 조직의 형태를 갖췄다. 총 직원 열다섯 명. 직원으로 치면 웬만한 기업이 었다. 여차하면 자만에 빠지기 쉬운 시기였지만 2003년 이전 이미 한 번 겪은 방만한 운영으로 일관하던 시절의 여러 가지 경험으로 인해, 그는 전표에 찍힌 매출액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매출액도 직원 수도 아닌, 바로 순이익만이 중요했다. 내실을 꾀하며 비로소 정상궤도에 올랐다.